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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손가락 하나는 나, 나머지 손가락 세 개는 당신에게 4월, 우리 반에 두 아이가 새로 들어왔다. 문제는 애들은 괜찮은데, 학부모님들이 힘든 케이스다. 그중 한 명인 'H'의 엄마가 딴지를 걸고 넘어가 며칠 속상했다. ​ 3월 말이었다. 애들 cubby를 정리하고 있는데 베이비반 선생님이 어느 학부님과 함께 우리 교실로 와서 나를 소개를 해줬다. ​ 소개를 받은 나는 당연히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안 그래도 오늘 오후에 전화드리려고 했어요.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아니요, 제가 바빠서요. 나중에 통화하시죠." "아, 네. 그럼 나중에 전화드릴게요. 언제가 좋으세요?" "오후 즈음." "2시 괜찮으세요?" "네." ​ 어.... 엇... 싸하다. 오후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안 됐다. 아버님께 전화를 걸어, 첫날 필요한 것과 스케.. 2023. 11. 15.
10. 다시 돌아가다, 교실로 3개월의 휴직을 마치고 출근하는 첫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와아아아!!!" 아이들이 몰려온다. 고마워, 강아지들. ​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과도 허그 허그. "다들 너를 많이 그리워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저도 뭐... 하하하" ​ 모두가 밖으로 나간 야외활동 시간. 나는 교실에 남아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 와아... 하아... 이것이야말로 개판이구나. ​ 아이들 activity shelves에 바뀐 게 하나 없다. 매달 테마에 따라 activity tray를 바꾸는데, 내가 교실 떠나기 전 그대로다. 장난감도, 상자도 멀쩡한 곳이 없다. 대환장쓰... ​ 그래, 애들 관리하느라 바꿀 시간이 없었을 거야.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선생님들께 살짝 물어보니 정말 그랬단다. 너무 정신.. 2023. 11. 15.
9. 너나 잘하세요. 띵동. 왓츠앱 알람 소리. 동료에게서 온 메시지다. '이메일 봤어? 새 매니저가 들어왔어. 체크해 봐.' '누군데?' '깜짝 놀랄 거야. 한번 봐봐.' ​ 주저리주저리 써놓은 이메일에 이름이 보였다. 오, 이 사람...? 새 매니저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동료 중 한 명이 되었다. ​ '봤어?' '응. 외부에서 온 사람보다 낫지 뭐.' '아니, 매니저 자격이 되긴 되는 거야?' '자격이라... 그것보다 나는 그 사람이 좀 웃으면 좋겠다.' '그러니깐. 근데 그거 알아? 윗사람들 보면 잘 웃는 거.' 나는 그녀와 같은 공간에서 일해 본 적은 없지만, 학교에서 마주칠 때면 얼굴에 표정도 없고, 항상 심각해 보였다. '얼음공주구나' 했다. 굉장히 무뚝뚝하고, 질문을 하면 마치 로봇처럼 대답하는 사람 말이다. 이.. 2023. 11. 15.
8. 맥심골드는 사랑입니다. 둘, 둘, 둘 커피 둘, 프리마 둘, 설탕 둘, 이 마법의 주문은 제 손으로 타먹는 믹스커피의 국룰 같았다. 물론 기분대로, 입맛대로 하나 반, 둘 반 요렇게 조절도 가능했다. ​ 언젠가 이 '둘둘둘'의 막이 내리면서 그 자리엔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나는 '노른자'라고 부른다)가 떠오르더니 어느샌가 이 '노른자'가 믹스커피계의 거장이 되어버렸다. 노른자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천차만별인 사람들 입맛을 확 사로잡은 것도 대단하지만, 그 입맛을 완전히 균일화 시켜버린 것에 난 소름... 이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일명 나의 노른자는 에너지충전제다. 쉬는 시간 마시는 이 노른자는 남은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힘 같은 거다. 프리스쿨에서 일하는 나는 오전 시간이 정말 바쁘다. 수업 들어가랴, 애들 케어하랴. 거.. 2023. 1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