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do it by myself."
우리 반에서 미아는 제일 작지만, 제일 강한 아이다.
체구가 작아서 그런지 미아가 혼자 낑낑대는 모습을 보면-지퍼를 잠글 때나, 사물함에 재킷을 걸 때면 발꿈치를 최대한 들어 올린다,
나도 모르게 "선생님이 도와줄까?"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미아의 대답은 차가울 정도로 똑 부러진다. 어떨 땐 도움 건넨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강단 있게 말한다.
"나 혼자 할 수 있어요."
어... 그래, 그러렴.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스스로 일을 처리한 다음 교실로 들어온다.
미아는 또래 아이들보다 선생님과 노는 것을 좋아한다. 더 재미있단다.
친구들이랑도 놀긴 하지만, 어느새 그룹에서 따로 떨어져 나와 혼자 책을 읽는다.
그러고는 선생님께 와서 "이 책 좀 읽어주실래요?" 하고 묻는다.
"어? 어제도 이 책 읽었는데, 미아는 이 책이 정말 좋은가 보다."
"네."
아는 내용인데도, 매번 새로운 책을 보듯 빠져든다.
다 읽고 나면 "얘는 왜 이런 표정을 지을까요?" 하며 자기가 궁금했던 부분을 펴서 질문한다.
"친구가 만든 파이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걸 아닐까?"
"자기가 만들면 되죠." 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야기 주인공의 곤란한 점을 간단하게 해결한다.
혼자서도 똑 부러지게 뭐든 잘 하는 미아도 실수를 한다.
가끔 화장실 가는 타이밍을 놓쳐서 바지에 실수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큰소리로 운다.
이 작은 체구에서 이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나 할 정도로 목청껏 운다.
미아를 진정시킨 다음
누구나 실수해, 그럴 수 있다고 얘기해도 미아는 화가 잔뜩 나있다.
옷을 바꿔 입는 동안 물어봤다.
"바지에 실수할 때마다 많이 혼나니?"
"아니요."
"근데 왜 그렇게 화를 내면서 우는 거야? 누구나 그럴 수 있는데."
"선생님은 실수 안 하잖아요. 엄마 아빠도 실수 안 해요."
웁스.
"미아야. 선생님도, 엄마 아빠도 어렸을 땐 다 바지에 실수했어.
물론 이제는 다 커서 그런 일이 드물긴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얼마나 많이 실수하는데.
물을 엎지른다거나, 버튼을 잘못 누른다거나.
근데 그렇다고 화를 내거나 울진 않아.
왜? 그럴 수 있으니깐. 그러면서 배우는 거야.
설사 다음번에 또 똑같은 실수를 했다고 해도 뭐 어때?
얘기를 듣던 미아가 기분이 좀 나아진 듯 보였다.
"모두들 실수하면서 배우고 그러는 거야.
이제부턴 화장실 가고 싶으면 참지 말고, 그냥 바로 가자."
"오케이."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미아는 이제 주니어 킨더 II 반이다.
우리 반 바로 옆이라 미아와 자주 마주치는데 그때마다 싱긋 웃는다.
담임 선생님께 요즘 미아 어떠냐고 물어보니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놀고, 아주 가끔 바지에 실수를 할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제가 옷 바꿔 입을게요" 하고
자기 사물함에서 새 옷을 꺼내 화장실로 간단다.
역시 미아다.
미아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아이다.
이런 경우, 어른들이 무조건 도와주기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아이의 필요에 따라 도움을 제공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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