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는 아침마다 운다. 엄마와 헤어지는 게 싫어서 운다.
처음 우리 반에 왔을 때 분리불안이 심한 아이였다.
소리 지르며 울기 시작하는데, 한 번 울면 그치는 데까지 한참이 걸렸다.
귀를 막고 교실 구석에 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를 마냥 울게 놔둘 수는 없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지만, 표현방식에는 조절이 필요하다.
자기 집이 아닌 이상 실내에서 꽥꽥 소리 지르며 우는 것은 안된다.
이제는 말로 표현하고,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지 배워야 할 시기니까.
엄마와 굿바이 인사를 하자마자 루나가 또 울었다.
나는 루나를 교실 한편에 데리고 가서 같이 앉았다. 루나가 엉엉 울었다.
숨쉬기 숨쉬기. 속으로 나부터 진정시킨다.
“I miss my mom! 엄마 보고 싶다고요!"
“I know. 엄마랑 헤어지기 싫고, 슬퍼서 우는 거 알아. 당연해.”
“...”
“루나가 조금 진정할 수 있게 선생님이 아이스팩을 가져다줄까? 아님 스트레스 볼을 줄까?”
“... 아이스팩이요.”
열에 아홉은 아이스 팩을 달라고 한다.
스트레스볼은 말랑이라고도 하는데, 풍선에 콩이나 밀가루를 넣은 것으로,
아이가 손으로 조물조물하며 숨을 고르는 데 사용한다.
냉동고에서 손바닥 크기만 한 아이스팩을 가져다준다.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아이 진정시키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아이스팩은 주로 아이가 넘어지거나 긁혔을 때 사용한다. 사용 후 물로 씻어 다시 냉동고에 넣어둔다.)
아이스팩을 받은 아이는 입에 갖다 대기도 하고, 머리 위에 올려놓기도 한다.
선생님은 옆에 가만히 앉아 아이를 기다린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말을 건넨다.
“루나야, 너 어제보다 나아진 것 같아. 오늘은 울음도 쉽게 그치고, 네 기분이 어떤지 얘기도 하고. 루나가 정말 대견해.”
나는 아이의 어제와 비교해서 좋아진 점을 말해준다.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할 신나는 일을 하나 알려준다.
“오늘은 금요일이니깐, 프랑스어 시간에 ‘까유’ 영화 보겠네.”
루나가 싱긋 웃는다. 아이 손을 잡고 모닝 스낵 테이블로 같이 간다.
정서적으로 아이를 안정시키는 역할이 유아교육 선생님으로서 정말 중요하다.
어떤 선생님은 “시끄러우니까 그만 울어!”, “다른 아이들한테 피해 주잖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냉정하고, 못됐다. 어른은 아이를 보살펴야 한다. 상처를 주는 게 아니라.
특히 선생님은 말조심해야 한다.
나도 하루에 수십 번 화가 치밀어 올라 확 뱉어내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입을 꾹 다문다.
‘This too shall pass.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아이는 괜히 울지 않는다. 크든 작든 이유가 있으니까 우는 거다.
그 이유가 뭐든 간에 아이를 진정시킨 다음, 원인을 알아보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아이를 나무라는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지도 편달’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호밀밭의 파수꾼'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친애하는 동료들이여 (1) | 2023.11.15 |
---|---|
5. 어린 별을 위한 궤도운동 (1) | 2023.11.15 |
4. 레지오? 몬테소리? (1) | 2023.11.15 |
2. 선생님, 바깥 공기 잠깐 쐬고 오세요. (1) | 2023.11.15 |
1. 귀하의 자녀는 아직 준비가 안됐습니다. (1) | 2023.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