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음악시간, 우리는 박자와 리듬을 배운다.
4분의 2박자는 강약, 3박자는 강 약약, 4박자는 강약 중간 약. 8분의 6박자는 강 약약 중간 약약.
어디에 악센트를 둬야 하는지 주의를 기울여 박자를 맞춘다.
유아교육에도 이 박자가 중요하다.
선생님은 언제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약’의 자세가 기본이지만, 딱 두 곳을 신경 써야 한다.
바로 ‘강’을 쳐야 하는 곳과 ‘중간’을 쳐야 하는 곳이다.
나의 경우, ‘강’을 치는 곳은 아이가 위험한 행동할 때와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때리거나 해할 때다.
학교에서 위험한 행동이라면, 책장을 올라가거나, 나무로 만든 블록을 공중으로 던지거나, 계단에서 뒤를 보고 내려갈 때 등이 해당된다.
곧장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은 단호하되 높지 않은 톤으로 말해야 한다.
이럴 땐 아이를 데리고 나와 조용한 곳에서 1:1로 말하는 게 좋다.
‘이러면 안 돼. 뒤로 넘어지면, 머리 다쳐. 조심하자.” (공중으로 장난감 던지면, 너도 네 친구도 다쳐.)
근데 어떤 선생님은 아이를 잡고, 자기감정 추스르기 바쁜 사람도 있다.
“000!!! 선생님이 얼마나 놀란 줄 알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큰소리로 아이를 닦달하고, 화를 낸다. 다른 아이들 보는 앞에서 말이다.
물론 선생님의 놀란 마음 이해는 한다.
그렇다고 화낼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 아이한테 ‘왜 그랬냐’고 묻는 게 이상한 거다.
아이는 ‘그냥’ 해보는 거다. 단순한 호기심이다.
선생인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아이에게 주의만 주면 된다.
“선생님, 바깥공기 좀 쐬고 오세요."
두 번째는 아이가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해할 때인데, 이때도 1:1로 말하는 게 좋다.
먼저 내가 본 것을 아이에게 말한다. 최대한 간단하게.
“루나가 00를 때리는 걸 봤어. 무슨 일이야?”
Can you tell me what happened?이라고 물어보면
“내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가지고 갔어요.”, “내 차롄데 자기가 뺏어가잖아요.” 등등
상황 파악이 되는 이야기를 아이가 해준다.
“그랬구나. 화가 날만했네. 선생님이 00과도 따로 얘기를 할게. 근데 루나야, 친구가 그랬을 땐, 우리말로 하자. 친구가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잖아. 내 차례야. 담엔 이렇게 말로 하자, 응?”
딱 이 정도면 된다. 거기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중간’을 치는 경우는 아이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때다.
예를 들어, 반 전체가 월요일 오전 드라마 수업을 들으러 갔다. 모두들 차분하게 앉아 드라마 선생님 얘기에 귀 기울이는데, 한 아이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교실을 뛰어다닌다.
이럴 때 “지금 수업 시간이니깐, 가만히” 하고 아이에게 먼저 주의를 준다. 그래도 진정이 안되면 데리고 나간다.
밖에서 따로 얘기를 해야 한다.
윽박지를 것도, 화를 낼 것도 아니다.
진정이 우선이다. 시간이 걸려도, 기다려준다.
조용히. 차분하게.
아이는 지금 기분(신남, 불편함 또는 불안 등)이 폭발할 것 같아서 그런 거니 진정될 때까지 좀 기다려주면 된다.
“수업 들어갈 준비되면 알려줘. 선생님은 00 옆에 있을 테니까.”
조금 있으면 아이가 내 손을 잡거나 옷을 잡아당긴다.
“준비됐어? 들어가 보자.”
호기심과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우리도 아이였을 때 그랬다.
궁금하면 해보고, 내 기분에 솔직하다.
좋으면 웃고, 화나면 화내고. 슬프면 울고.
영아를 지난 3~5세 이 시기부터는 아이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운다. 자신의 감정과 행동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자존감과 사회성을 길러가는 것이다. 이때 유아교육 선생님의 역할은 강 약 중간 약. ‘강’과 ‘중간’을 치는 시기를 놓치지 않되, 항상 따뜻하고 부드러운 ‘약’ 박으로 아이들을 잘 이끌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갈 길이 멀지만 하루하루 스펙터클 하다. 나는 내 일이 좋다.
'호밀밭의 파수꾼' 카테고리의 다른 글
6. 친애하는 동료들이여 (1) | 2023.11.15 |
---|---|
5. 어린 별을 위한 궤도운동 (1) | 2023.11.15 |
4. 레지오? 몬테소리? (1) | 2023.11.15 |
3.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1) | 2023.11.15 |
1. 귀하의 자녀는 아직 준비가 안됐습니다. (1) | 2023.11.15 |